象山’의 산 증인… 정년 퇴임뒤 매주 등산하는 은사님들
- 관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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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09-25 15:37:58
함께 산행에 건강… 청출어람에 보람
여섯분 형제처럼… 산 내려온 뒤 삼겹살에 소주 한잔 “캬~”
지난 해 8월 모교 교단을 떠나신 최금수(교련) 선생님은 요즘 활력이 넘친다. 늘 따라다니던 위장병도 말끔히 사라졌다. 최선생님이 이렇듯 건강이 좋아진 것은 마음이 편해졌기 때문이지만 매주 만나는 반가운 얼굴들이 한 몫을 했다. 최선생님은 옛 동료 선배들과 함께 금요일마다 모악산에 오른다.
주인공은 조상국(국어) 선생님을 비롯 박정래(생물), 문홍남(교련), 정영석(화학), 박영규(국어) 선생님 등 여섯 분.‘상산’의 산 증인들인 이들 선생님들은 최근 몇 년새 정년퇴임을 하고 정든 교정을 떠났다. 이후 서로의 안부를 전하다 지난 2001년부터 산행을 시작했다.
그저 얼굴이나 자주 보자는 뜻에서 아직 공식 이름조차 없으나 몇가지 불문율이 있다.
“비가 오고 눈이 와도 모인다. 일단 모여서 막걸리라도 한 잔 걸쳐야 한다.”
금요일 오전 9시30분, 선생님들은 밥값과 막걸리값으로 주머니에 1만원씩 챙기고 전주시 중인리
시내버스 종점에 모인다.
비단길에서 시작한 발걸음은 무제봉까지 한 달음에 오른다. 그곳에서 시원한 약수물을 마시고 나면 파란 하늘이 한 눈에 들어온다. 잠시 숨을 고른뒤 다시 같은 길을 따라 내려오면 은행나무집 앞에서 저절로 발길이 멈춰진다.
어느 새 점심때다. 상추에 싼 삼겹살 한 점에 막걸리나 소주 한 잔이 걸쳐지면 재미가 쏠쏠해진다.
“학교에서 학생들 가르칠 재주만 있었지 뭘 할 줄 아는 게 없다. 그나마 이렇게 모여서 등산도 하고 함께 식사라도 하니까 그렇게 좋을 수 없다”
총무 역할을 맡고 있는 박정래 선생님의 총평. 나이로 치면 서열(?) 2위지만 모임에 대한 열정만큼은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아 매주 익산에서 달려온다.
자립형 사립고의 터전을 일구고 지난 해 2월 교장에서 용퇴한 박영규 선생님은 요즘 살이 너무 붙어 조금 걱정이다. 늘 긴장속에 살던 생활을 벗어나니 마음이 편안해 “몸과 마음이 날로 살찌는 것 같다”며 웃으신다.
큰 형님격인 조상국선생님은 현직 교사로서 최초로 모교 교장의 중책을 맡으셨던 분.
“맡은 바 일을 제대로 해 나가는 제자들의 소식을 들을 때면 기쁘기 그지없다.”
상산 역사의 첫 페이지부터 함께 한 조선생님은 “무슨 일을 하든 스승보다 나은 사람이 되어달라”는 당부의 말씀을 잊지 않는다.
총동창회의 초석을 마련해 주신 문홍남 선생님은 흰머리가 늘었지만 활기가 넘치신다. 행정실장을 끝으로 은퇴하신 문선생님과 ‘매력적인’ 목소리가 여전하신 정영석 선생님은 “몸 하나 건강하니 늘 마음이 고맙다”며 연신 즐거운 말씀을 전한다.
막내인 최선생님은 학교 옆 상산타운 아파트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영원한 상산맨’이라는 자부 때문이다.
요즘 손주들 재롱에 또 다른 기쁨을 맛보고 계시는 선생님들은 지난 7월 22일 저녁 총동창회 상임이사, 사무처 가족들과 만남의 자리를 했다.
“반갑고 고맙다”며 즐거운 식사를 한 선생님들은 적잖이 술을 마신데다 기온이 33도가 넘는 찜통 더위속에서도 다음 날 산행을 했다. 제자들이 마련해 드린 등산 지팡이를 자랑하면서….